Camino de Santiag

산티아고의 길 1 - 길을 나서며(3월 11일, 서울 - 파리)

라피그 2011. 5. 7. 04:28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을 걸을 겄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처음 올레길을 접한 2009년 그저 그런 길이 있다는 사실(김여사의 선배들이 2007년 이 길을 다녀왔고, 이미 책을 읽었던 김여서가 이 길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난 내가 갈 거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흘려 들었다)과 이 길을 만든 사람이 그 곳을 갔다가 얻은 영감으로 올레길을 준비했다는 사실만으로 대단한 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들보다는 많은 여행의 경험과 많은 해외출장에도 정작 프랑스와 스페인은 깊숙히 가본 적도 없던 나였지만..
술자리에서 둘이 내뱉은 몇 마디로 산티아고행은 준비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몇 가지 준비조사를 시작했고, 이런저런 책과 블로그의 여행기를 읽으며 꿈을 키우고서는 그냥 바로 질렀다. 일단 항공권을 구매한 것... 가장 저렴한 러시아항공 세금 포함 왕복 74만원.. 그렇게 우리의 여행은 준비되었다.

나의 짐무게는 10.1Kg, 김여사의 짐무게는 약 12kg 정도 - 보조가방과 간단한 부식거리 무게는 빠진 상태이다.
출발 전 나의 몸무게는 77.8kg - 복부비만은 계속 되었지만, 그나마 두달 간 석촌호수를 매일 같이 6~10km를 걸은 나로서는 최상은 아니지만 최선의 상태였다.
출발 전 환율 : 1,554.23원

아직은 설레임 속에 가방을 붙이고  2011년 3월 11일(금), 오후 12시 40분 모스크바행 비행기에 탑승한다.

비행기 안에서 아직은 끊은지 얼마 안 되는 담배 생각과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이번 여행을 싸우지 말고 무사히 마치자고 둘이 소망해 본다.. 물론 3번인가 4번인가 둘이 싸운다.. 사실 우리 둘은 일년에 한 두번 싸울까 말까 하는 사이인데.. ㅋㅋ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스페인의 도시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는 스페인의 갈라시아 지방의 한 도시와 명칭과 같다.
산티아고는 영어로는 st. James 우리식으로는 성인 야고보. 즉 예수님의 열두 사도 중 한 분인 야고보 성인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왜 거길 가는걸까?
예수님의 사도 중 한 분인 그분의 무덤이 산티아고 대성당에 묻혀 있고. 예수님 사후 그 분이 이베리아반도를 포함한 유럽 지역의 선교를 하셨고, 돌아가신 후 석관을 바다에 띄어 보냈더니, 갈라시아 해안에서 발견되어 그 무덤을 그곳에 모시고 있다고 한다. 이 믿기 어려운 이야기는 이슬람과 카톨릭의 대결에 이용되면서, 예루살렘에 이은 또 하나의 성지로서 역사적인 순례지가 된다. 이러한 순례는 종교적으로 혹은 자기 성찰을 위해 또는 건강을 위해 많은 이들에게 아름다운 트래킹 장소로 유명해졌다.

그럼 나는 왜 가는걸까?, 물론 나는 사이비 카톨릭 신자가 맞다.. 우리 가족도 모두 카톨릭 신자다. 김여사의 가족과 김여사도 카톨릭 신자다. 그럼 예수님을 만나러 가는 걸까? 
출발까지 나의 기본적인 답변은  "간지 나니까~!!"    요것이 나의 답이다.


물론 나의 성실한 목적은 주먹을 부른다. 비행기에서 심심해서 우린 요롷고롬 놀았다..


낡은 비행기였지만 그럭저럭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해 파리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내린다.. 큰 기대도 안한 항공기이고 사실 가방 분실만 안 하면 다행이지 하는 마음이었다(카메라의 날짜는 아직 조정되지 않은 듯, 김여사는 게으른 건지 기계치인 건지, 늘 여행 중반에야 날짜를 조정한다).

더욱이 예전 우크라이나 항공으로 경유하면서 음료수 파는 곳도 없는 썰렁한 공항에서 8시간의 대기와 같은 악몽은 아니었지만, 모스크바의 트랜짓은 입에서 욕을 뿜어내기에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런 서비스는 돌아오는 날까지 계속됐다.. 가난이 죄라 직항을 못 타는 나를 탓해야지(나 때문에 김여사까지..).

돌아오면서 알았다.. 맥주 한 잔에 9유로, 10유로 지들 맘대로다. 만오천원짜리 맥주 먹으면서 일단 좋다고 먹는다.

2시간 정도 기다림 끝에 어찌어찌 파리에 도착해 짐을 찾고, 공항 인근에 미리 예약해둔 올리비에 민박을 찾아간다. 흑인동네에서 일년을 살았지만... 지하철에서 내 앞에 앉은 허름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내 가방만 보는 듯하다. DRANCY역에서 민박을 찾아가니 어느새 어둠이 짙어졌고.. 시차 때문에 길었던 하루가 저물어간다.

그러나 내가 비행기를 타고 오는 동안 일본은 지진과 쓰나미 거기에 며칠 후 원전의 폭발이라는 엄청난 뉴스를 전했고..
아무 것도 모른 체 여행은 시작되었다.


      봄  길      
                                           - 정호승 -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나는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 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ㅋㅋ
그래 나의 봄은 사람으로 사랑으로 길에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