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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ino de Santiag

산티아고의 길 34 - 바르바델로에서 곤사르까지 (4월 13일, 27km)

똑같은 곳에서 각자의 감흥은 다르다. 초반 산티아고길을 걸을 때 힘겹게 페르돈 고개를 넘어 우르테가에 도착할때 너무 힘들고 지쳤을 때 인수씨는 마을 초입에 서있는 성모상을 보고 너무나 감동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우르테가에 도착했을 때 코카콜라 자판기를 보고 너무 흥분을 했었다.. ㅎㅎ 느낌은 서로 다르지만 같은 장소의 이야기 속에 그 느낌을 공유 할 수 있다는 것은 이 길을 걸을 사람만이 느끼는 사실이다.



어제 먹다 남긴 질긴 닭의 살점을 발라내서 남은 밥과 함게 닭죽을 끌여 먹고서 조금 여유 있게 출발을 한다.
안개가 살짝 깔려 있지만, 우려했던 봄날 갈라시아의 비는 내리지 않을 것 같다.

어제 자전거를 타고 달렸던 마을들을 지나쳐서 안개를 뚫고 지나가니 어느새 눈앞에 안개는 사라지고 멀리 분지들 사이로 운무가 가득하다. 사진 속에 나무들 뒤편 하얀색이 운무인데 멋지게 촬영을 하지 못했다.

그다지 춥지 않아 외투의 내피를 가방 속에 넣고 길을 걷는다. 조금지나 우물같은 곳에서 한무더기의 고삐리가 나타난다. 어딜가나 무서운 질풍노도의 아이들, 하지만 단촐한 가방에 조가비가 달려있다. 우리는 마치 능숙한 순례자인양 폼을 잡고 앞서서 길을 걷는다.

돌무기더의 담들이 쌓여진 길을 걷다보니 올레길이 생각나기도 한다. 마치 올레길의 축소판 같던 길을 따라 오르고 내리며 셋이서 묵주기도를 한다. 김여사가 지금까지 알려준 기도가 약간 후루꾸였다. 인수씨가 담담한 목소리로 기도를 선창하는데 속도가 느려서 조금 답답하다. 나야 뭐 진정한 사이비 카톨릭 신자니까!
 

페르수카요 마을을 앞두고 언덕위에 바가 하나 나타난다. 순례자들이 바글바글 댄다. 우리도 자리를 잡고 맥주를 주문한다. 벌써 한낮의 더위가 시작된 듯하다. 그래도 서로 알고 지내는 사람도 제법된다. 어제 우리를 앞질러 알베르게에 자리를 잡은 독일 처녀 두명도 눈에 띄인다. 그러나 다수의 스페인 사람들은 정말 첨보는 사람들이다. 사리아에서 부터 걷는 사람이 꽤 많아 보인다. 우선 옷이 너무 깨끗하고 사진을 찍는데 정신없으며 가방이 가볍다.

페르수카요 마을에도 몇개의 바가 있고 순례자들이 많이 있다. 우리는 씩씩하게 시골길을 따라 걸어간다. 몇개의 작은 촌락이 줄지어 나타난다. 갈라시아 특유의 곡식저장고들이 신기하게 눈에 들어온다.

100킬로 미터 표지석이 나타났다. 이제 3-4일 거리에 산티아고가 있다는 생각을 하니 조금 조바심이 생기기도 한다. 지나온 700여 킬로를 생각하면서 돌아가면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과거 대장장이 마을이어서 갈라시아어로 대장장이를 뜻하는 페레이로스 근처 언덕에서 잠시 함께 쉬었다.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위치한 이곳에서는 작은 마을들이 건너편으로 내려다 보였다. 뜨거운 햇살에 조금씩 지쳐갈 무렵 전망 좋은 카페였다.

이제 몇개의 마을과 높은 언덕을 넘어야 포트마린에 도착할 수 있는데 인수씨가 많이 지친거 같다. 포트마린에 바에서 기다리겠다고 하고 일단 우리가 먼저 가기로 한다.  

연신 흐르는 땀을 닥으며 산등성 아래로 가파른 길을 내려간다. 시골 밭길 같은 곳을 지나면서는 그늘 조차 간절히 그립기도 하다. 빌라차 마을에 다다라서야 간신히 성당과 무덤가 옆으로 약간의 그늘이 있다. 차도를 따라 조금 내려가니 긴 다리와 함께 아름다운 도시 포트마린이 나타난다.
로마시대 부터 있던 다리가 아닌 현대식다리를 따라 강을 건너지만 인도의 폭이 좁아 아찔하기 까지 하다. 강을 건너 높다란 계단을 따라 올라간다. 인수씨는 보이지 않는다. 잠시 계단위 작은 공원에 쉬다가 일단 바로 가기로 하고 마을 한가운데 있는 산 니콜라스 성당 근처의 아치가 있는 바에서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주문하고 쉬어본다.

인수씨를 기다리면서 일정과 관련되어 김여사와 한참을 상의한다. 산티아고가 가까워지면서 언제 몇시에 산티아고에 들어갈 지는 중요한 문제가 된다. 우리는 최대한 일정을 땡기기로 하고 8킬로 뒤의 곤사르까지 가기로 한다.
일어서려는 순간 인수씨가 보인다. 일단 맥주 한잔 주문해서 주고, 더 갈 수 있을 지 물어보았다. 못간다고 한다.
조금 쉬다가 가능하면 곤사르까지 오고 넘 힘들면 여기서 묶으라고 이야기 한 후 우리는 슬슬 준비를 하고 길을 걸었다.

최대한 길을 단축하기 위해 산길을 피해 차도를 따라 길을 걸었다.
길은 지루하고 힘든 길이었다. 특히 오후의 햇살이 눈앞으로 다가오는 길을 3시가 넘어가는 시점에 8킬로를 가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다행이 몇몇 다른 순례자들도 보이기 시작하더니 곤사르 근처에 쉼터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인사를 하고 막판 스퍼트를 내고 곤사르의 사설 알베르게로 간다.

반지하방 같은 곳이라 2층의 더블룸을 쓸까 고민했지만 그냥 다인실에 묶기로 하고 샤워를 하는데 물이 쏫아진다. 너무나 좋다. 그리고 대부분 익숙한 사람들 독일아가씨들 북유럽친구들이 묶어서 더욱 안심이 된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려도 인수씨는 오지 않는다. 식당을 겸하는 곳이라 7시 30분이 다되어 저녁을 먹으려고 하는데.. 헉헉 거리며 누군가 들어온다. 인수씨가 들어오더니 둘이 또 부여잡고 운다. 이산가족 상봉은 곤사르의 밤의 저녁과 함께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