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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il korea

2월 겨울여행 - 해파랑길(관동별곡800리길) (2월 5일-6일)

오래된 콘도고 손님도 없어서 걱정을 했지만, 방은 절절 끓었다. 한기를 느끼며 선자령을 걸었지만 뜨거운 방에서 하루를 보내니 몸이 개운하다.

콘도에서는 멀리 울산바위가 보인다. 생각가 달리 영동지방에는 눈이 거의 다 녹거나 제설작업으로 깔끔하다. 어제 산 매운탕꺼리로 탕을 끄리고 밥을 해서 먹을 먹고 둘이서 고성지역을 둘러보기로 했다.

할머니 산소를 찾아갔다가 해파랑길 관련 정보를 얻기위해 고성군청을 들려보았다. 담당자가 없다기에 우편물로 받기로 하고 돌아오는 길에 송지호에 있는 철새관망타워에 들려보았다. 송지호 주변도 데크길로 주변을 걸을 수 있는 길이 조성되어 있었다. 우리는 입장료 천원을 주고 타워에서 커피한잔씩을 즐겨본다.

오늘은 대보름날이다. 속초시내 청초호 엑스포타워 인근에서 대보름잔치가 벌어졌다. 마을부스를 만들고 주민들끼리 음식을 먹는 틈에서 우리도 국밥 한그릇을 얻어 먹는다. 마치 마트에서 시식을 하듯 떡매를 치는 곳을 찾아가서는 인절미도 얻어 먹고 제기 만들기에도 참석을 한다. 여기저기서 제기차기 대회니 널띄기 대회니 마을대항으로 잔치를 펼치는 것을 구경을 하면서 우리 나름데로의 대보름을 즐겼다.

청초호는 속초시내 한복판에 호수다. 정면으로 아바이 마을이 보이는 길을 조금 걷다가 콘도로 돌아가 잠시 몸을 녹이고 쥐불놀이 구경을 가려고 출발을 했는데.... 볕단 태우기는 이미 끝나버려 아쉬움이 조금 남았다. 돌아오는 길에 숙소인근의 식당에서 감자옹심이와 막국수를 맛나게 먹었다.

세째날(2월 6일) 짐을 꾸려서 차에 싣고 고성군의 끝자락인 거진해수욕장을 찾아서 해변도로를 달린다.
오늘은 부산 오륙도에서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 까지의 688Km의 해파랑길 중 가장 끝자락 길을 걷기로 했기 때문이다.
속초 고성지역의 해파랑길은 관동팔경 팔백리길이라고도 불리는데, 이중 거진지역의 산길이 이쁘다고 나름 소문이 나있다.

 1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곳은 겨울철이라 사람이 별로 없다. 일단 차를 데고 트랙킹에 적합한 복장과 가방을 꾸린다.
멀지 않은 곳에 거진항이 보인다.

해풍의 명태덕장을 따라 길을 걷다 보니, 길안내 간판이 나오고 해수욕장을 지나 바로 항구가 나온다. 항구 한복판의 해경모선에서 해경들 한무리가 우르르 나타난다. 정박된 어선들 틈을 따라 길을 걷다보니 바다내음이 진하게 풍겨온다.

 

거진항도 너른 방파제에 둘러쌓여 마치 호수같은 느낌이 드는데, 요즘 남극의 눈물 때문에 아이들의 공적으로 불리는 갈매기가 군무를 펼치는 모습이 보기 좋다. 펭귄도 잡아 먹고 어부들의 생선도 잡아먹는 나쁜 갈매기.

항구 끝자락에서 부터는 마을을 지나 언덕의 등대 방향으로 길을 돌려야 한다. 길을 잃기 쉬워서 인지 여기저기 표지판이 잘 붙어 있다.

등대 방향으로 길을 오르다 보면 거진항구와 거진읍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조용한 어촌마을의 겨울 모습에다 멀리 설악산 자락과 진부령의 모습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등대 근처에 올라가니 잘 정비된 해안공원이 나타난다. 편안한 해안숲길과 조각과 기념석등이 이쁘게 자리잡고 있다. 오른편으로는 절벽아래 해안선이 왼편으로는 설악산 끝자락이 나타난다.

 

동산위에 올라오니 바람이 제법 거칠게 분다. 날이 제법 따스한 날이라도 바람때문에 조금 한기를 느끼게 된다. 그래도 펼쳐진 비경에 신나게 길을 걷는다.

 

숲길을 따라 걷다보니 제주 올레길 생각이 많이 난다.
어느새 숲에서 내려오니 차도가 나타난다. 차도 걷너 등산로로 갈까 하다. 화살표를 따라 차도 옆 인도길을 걷기로 했다.

다음 목적지는 화진포다. 간혹 지나가는 차들은 저 아줌마 아저씨가 이 추운날 멀하나 하는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본다. 그냥 걷지요...

 

동해안 최대의 호수라는 화진포 호수를 따라 길을 걷는다. 길 옆으로 해당화열매가 빨갛게 익어있다. 물론 화진포호수는 얼어 있고, 옆으로는 바다가의 바닷바람이 불어온다.

화진표 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사람의 모습도 없다. 겨울바다는 이래서 좋다. 멀리 아까 지나쳐온 일명 김일성 별장(원래 일제의 휴양지였지만)의 모습이 보인다. 우수운 것은 이길을 걷다보면 이승만별장 이기붕별장 김일성별장을 다 거쳐간다. 

화진포해수욕장에서 다리를 건너 화진포해양박물관에서 우측으로 꺽어서 길을 찾아간다. 이제 다시 해안길이다.

초도항은 철책안에 있다. 정말 북쪽으로 많이 올라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 철책만 다 걷어내도 정말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 텐데....

 

철책으로 덥혀있는 초계해수욕장에 도착을 했다. 원래 마차진까지 가려했지만, 오늘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데 너무 늦어질꺼 같아서 여기서 일정을 마무리 하기로 했다.
마을 한복판에서 한참을 기다려 대진에서 오는 1번 버스를 타고 거진으로 간다.

차를 타고 진부령을 넘어 오는 길에 군인들이 동계훈련이 한참이다. 예전 군생활도 생각이 난다. 하긴 강원도 한복판에서 차도를 다니는 탱크 구경도 하고 철책으로 둘러쌓인 해안길을 걷기도 했으니... 아무일 없다는 듯 저녁 늦게 서울에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