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의 길 11 - 비아나에서 나바레테(3월 21일, 23km) 가방의 무게는 욕심과 비례하는 것 같다. 몇 일 전 가방을 풀면서 고심하는 모습의 쥴리의 모습(이 친구는 알베르게에 도착하면 용도별로 묶어 놓은 짐을 각을 맞춰 세워 정리하느라 오랜 시간을 들인다)이 생각난다. 가방에서 무엇인가 불필요한 것을 버리고 조금이라도 가방의 무게를 줄이려고 혼자서 끙끙 거린다. 한국에서 가져온 물건들 중 두꺼운 비니루는 벗기고, 가이드북을 찢어서 지나온 길은 모조리 버린다. 그런다고 몇 킬로가 줄어들까 싶지만... 만약을 대비한다는 명목 하에 아직도 불필요한 물건들이 가방에 가득하다. 아직 나의 욕심이 가방 안에 가득하다. 비아나 - 카필라(카냐스저수지) - 칸타브리아 - 로그로뇨 - 플란타노(플란타노 호수) - 그라헤라봉 - 나바레테 안경이 없다. 다른 사람 침대까지 뒤져보았.. 더보기 산티아고의 길 10 - 로스 아르코스에서 비아나까지(3월 20일, 19km) 오늘이 몇 일이지? 몰라! 그럼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일요일! 날짜는 슬슬 잊혀져가는데 요일은 철저하게 기억해야 한다. 가게가 문을 안 열 수 있다. 생존이 달려있다. 둘레길처럼 주말마다 관광버스를 타고 사람들이 부더기로 순례길을 걸을 수도 있다. 순례길에서 주말과 휴일은 그다지 큰 기쁨이 아니다. 어제 같은 오늘이 아닌, 조금 불편(많은 사람들과 소음에 예민해진다.)한 하루일 수 있다. 로스아르고스 - 산솔 - 토레스 - N.S델 포요 - 코르나바강 - 비아나 또 하루의 시작이다. 이제는 비 보다는 햇빛을 걱정해야 하는 하루가 시작되었다. 간사한 순례자여! 알베르게에서 아침을 먹는다. 변함 없이 빵에 잼을 발라 커피와 먹는다. 그래도 오늘은 따뜻한 커피와 차에 오스피탈로가 직접 썰어주는 신선한 빵도 .. 더보기 산티아고의 길 9 - 에스떼야에서 로스 아르코스(3월 19일, 22.9km) 너른 벌판을 걷는다. 해발 400미터 이상으로 이어진 길은 오전엔 싸늘하고, 오후가 되면 더위를 느끼게 된다. 15킬로미터를 걸으면 늘상 오시는 그 분이 오신다. '너 운동 좀 했니?' 하고 물어오신다. '아니오' 하는 순간 발목과 다리를 부여 잡는 그 분이 오신다. 하루 정도는 쉬셔도 될 텐데~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그냥 담에 다시 오면 되지만, 우리야 요 번에 안 걸으면 언제 걸을 지 모르는 길이다. 가야 된다. 에스떼야 - 이라체수도원 - 호텔 이라체 - 아스케타 - 비야마요르 - 로스 아르코스 조금씩 기상이 늦어진다. 군대 이등병 이후 아침이 무서워지기는 오랫만이다. 다행이 오늘은 알베르게에서 아침을 준다. 비스켓 조각(아무리 먹어도 허기진다)과 미즈근한 커피(렌즈에 돌려야 된다)에 아침을 .. 더보기 이전 1 ··· 13 14 15 16 17 18 19 ··· 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