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의 길 28 - 아스트로가에서 폰세바돈까지 (4월 7일, 31km) 해발 1450미터 위의 산봉우리에도 순례자를 위한 마을이 있다. 지금은 폐허처럼 남루한 이곳에 몇개의 알베르게들이 순례자를 맞이한다. 겨울이 되면 허리춤까지 눈이 쌓이는 곳이지만 순례자들은 묵묵히 이곳을 올라온다. 목적지 그리고 가야할 목표가 정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대단한 일인것 같다. 오늘은 산티아고길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로 올라가는 길을 걷는다. 해발 1500미터까지 오르막이 이어질걸 예상하고 조금 서둘러 길을 나선다. 그래도 이미 800미터 이상의 고지대에서의 출발이라 피레네를 넘을때 같은 두려움은 없다. 이른 아침 아스트로가의 오래된 돌블럭길을 스틱소리를 내며 따각따각 걸어서 어두운 아스트로가의 도심음 지나간다.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한기가 덜하기에 마을외곽 벤치에서 잠시 내피를 꺼내 가방에 .. 더보기 산티아고의 길 27 - 아스트로가 (4월 6일, 휴식, 라네로즈로 갔다오기) 우연한 이유에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게 되었지만, 실제 자신이 걸은 길을 복기하는 것은 상당히 유쾌하고 즐거운 일인 것 같다. 내가 힘들게 걸어온 길을 차를 타고 지나치며 보는 것은 그저 그 거리의 길고 짧음이 아니라 길 속의 느낌의 되새김질 같은 것이다. 버스정거장의 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하기에 7시 첫차를 타기 위해 조금 서둘러 나왔다. 인적도 없는 구시가를 걸어서 버스터미널을 찾아간다. 썰렁한 버스터미널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고 첫차가 올때즘 터미널 문이 열린다. 레온까지 표를 사고 버스에 탄다. 버스에 올라 차창사이로 어제 내가 걸어온 길이 오른편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1시간여를 달려 레온에 도착한다. 버스터미널과 붙어있는 기차역으로 가서 라네로즈로 가는 기차표를 구매한다. 1시간 30여분을 기다려.. 더보기 산티아고의 길 26 - 마사리페에서 아스트로가까지 (4월 5일, 32km) Camino de Santiago의 가장 큰 장점은 모든 것을 비운다는 것이다. 비우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해진 방향의 그림을 따라 걷고 힘들면 잠시 쉬고 배고프면 무언가를 채우고 신호가 오면 응가를 한다. 그리고 밤이 되면 이내 잠을 자는 것.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상은 자칫 무료해 보일지 모르지만 큰 목적을 가지고 진행되는 일과에서 사소한 일들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한국에 돌아와서 돌아보면 이런 일상이 그립기만 하다. 비야르데 마사리페 - 오스피탈 데 오르비고 - 비야레스 데 오르비고 - 발데이글레시아스 - 산토 토르비아 십자가 - 산후안데라베가스 - 아스트로가 알베르게에서 아침을 먹고 페트릭과 인사를 하고 출발을 한다. 마을을 빠져나오자 일자로 뻗은 길.. 더보기 이전 1 ··· 5 6 7 8 9 10 11 ··· 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