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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의 길 27 - 아스트로가 (4월 6일, 휴식, 라네로즈로 갔다오기) 우연한 이유에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게 되었지만, 실제 자신이 걸은 길을 복기하는 것은 상당히 유쾌하고 즐거운 일인 것 같다. 내가 힘들게 걸어온 길을 차를 타고 지나치며 보는 것은 그저 그 거리의 길고 짧음이 아니라 길 속의 느낌의 되새김질 같은 것이다. 버스정거장의 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하기에 7시 첫차를 타기 위해 조금 서둘러 나왔다. 인적도 없는 구시가를 걸어서 버스터미널을 찾아간다. 썰렁한 버스터미널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고 첫차가 올때즘 터미널 문이 열린다. 레온까지 표를 사고 버스에 탄다. 버스에 올라 차창사이로 어제 내가 걸어온 길이 오른편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1시간여를 달려 레온에 도착한다. 버스터미널과 붙어있는 기차역으로 가서 라네로즈로 가는 기차표를 구매한다. 1시간 30여분을 기다려.. 더보기
산티아고의 길 26 - 마사리페에서 아스트로가까지 (4월 5일, 32km) Camino de Santiago의 가장 큰 장점은 모든 것을 비운다는 것이다. 비우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해진 방향의 그림을 따라 걷고 힘들면 잠시 쉬고 배고프면 무언가를 채우고 신호가 오면 응가를 한다. 그리고 밤이 되면 이내 잠을 자는 것.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상은 자칫 무료해 보일지 모르지만 큰 목적을 가지고 진행되는 일과에서 사소한 일들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한국에 돌아와서 돌아보면 이런 일상이 그립기만 하다. 비야르데 마사리페 - 오스피탈 데 오르비고 - 비야레스 데 오르비고 - 발데이글레시아스 - 산토 토르비아 십자가 - 산후안데라베가스 - 아스트로가 알베르게에서 아침을 먹고 페트릭과 인사를 하고 출발을 한다. 마을을 빠져나오자 일자로 뻗은 길.. 더보기
산티아고의 길 25 - 레온에서 마사리페까지 (4월 4일, 25km) 300킬로가 남았으니 500킬로 정도를 걸어온 것 같다. 산티아고를 가기전 마지막 커다란 도시의 아침은 분주하다. 거기다 월요일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더 분주한 느낌이 든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란 사람이지만 20여일이 넘는 산길 여행만으로도 도시의 이질감이 이토록 쉽게 나에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 레온 - 산마르코스광장 - 비르렌델카미노 - 프레스노델카미노 - 온시나데발돈시나 - 초사스데아바호 - 비야르 데 마사리페 알베르게에서 제공되는 간단한 커피로 몸을 데운다. 순례자들이 한명 두명 인사를 하고 떠나는데 어제 잃어버린 반지를 찾아보기 위해 그냥 멀뚱이 머므르고 있다. 라네로스에 연락을 하는 것을 도와주기로 한 분은 보이지 않고 영어가 안되는 수녀님과 아저씨만 멀뚱멀뚱 계신다. 수녀님은 우리보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