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프랑카 - 페레헤 - 트라바델로 - 라 포르텔라 데 발카르세 - 베가 데 발카르세 - 루이텔란 - 에레리아스 - 라 파바 - 라구니 데 카스티야 - 오세브레이로
해발 1310미터의 오세브레이로까지 경사를 감안해서 실질적으로 36킬로 이상을 걸어야 한다. 일부 가이드북에서 권한 것처럼 오늘 우리는 가방배달 서비스를 처음으로 이용하기로 했다. 지난 내 생일의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이용하자고 이미 벼르던 일이다. 1인당 15유로씩에 알베르게에 가방을 맡겨두분 오세브레이로의 호텔까지 배달을 해준다.
벨트쌕 형태의 보조가방에 물과 간식을 채우고 가방은 레인커버를 쒸어 맡겨두고 출발을 한다.
조금 일찍 길을 나선다. 오늘의 여정은 그리 만만하지 않기에 여러코스 중 차도를 따라 걷는 코스를 선택했다. 과거에는 메인도로 였지만 지금은 고속도로가 새로 생기면서 그다지 많은 차가 다니지 않는다.
한적한 시골 마을인 페레헤마을 지나니 앞쪽에 올리가 걸어간다. 가방이 없는 걸 보고 물어보기에 조금은 민망해지지만 당당하게 가방을 도착지점에 보냈다고 설명한다.
페레헤 마을을 지나 올라가는 길에 방향표시를 놓쳤다. 지도를 보니 어차피 주도로와 다시 만날거 같아 도로를 따라 그냥 걸어 올라간다. 가는길에 삼거리쯤에 운전자를 위한 휴게소가 몇개 눈에 들어온다. 잠시 쉬면서 커피를 주문한다. 조금 더 걷다보니 페레헤강 뒤편으로 트라바델로 마을이 늘어서 있다. 건너편으로 몇몇 순례자들이 걷는 모습도 보인다.
그냥 단순하게 주도로를 따라 계속 길을 올라간다.
오늘 오르는 산길은 우리내 산과같이 제법 나무가 우거진 산들이 많이 눈에 들어온다.
라포르텔라 발카로세에 도착하니 마치 무슨 휴양지 같은 인상이 짙게 느껴진다. 고가도로 처럼 뻗은 고가도로가 마을의 풍광을 조금 망친 듯하지만 제법 이쁜 마을이다. 마을 중앙의 작은 예배당에 들러 구경을 하고 길을 걷는다.
베가데 발카로스 인근에 도착하니 산등성이로 14세기의 사라신성의 모습이 보인다. 성이라고 하기에는 그다지 크지 않아 보이는데 산꼭대기에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 조금은 애처로워보였다. 마을은 계속이어지지만 속도를 내서 계속 걸어간다. 가방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휴식없이 오르막을 씩씩하게 걸어올라간다.
양쪽으로 우거진 나무숲길을 걸으며 봄농사를 준비하는 시골사람들을 보면서 오르는 길을 보니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풍경이 사뭇다르다. 늘상 낑낑대고 짊어지고 다니다가 둘이서 사뿐사뿐 걸어간다. 하긴 아직 본격적인 오르막은 아니다.
루이텔란 마을 가까이에 가서는 소떼의 추격을 피해야 했다. 길을 걸으며 마구잡이로 똥을 싸데며 가는 소떼무리는 나름 신기하기고 했다. 산티아고 길에서 이렇게 신선한 소똥을 피하기는 처음이었다.
에레리아스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다리를 넘으면 마을인듯 다리를 넘기전 카페가 하나 보인다. 안으로 갈까하다 안에가서 차가 없으면 골치 아플꺼 같아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거기다 와이파이가 된다는 마크가 선명해서 더욱 유혹이 간다. 보까디요와 음료를 주문하고 맛나게 점심을 먹는다. 창밖으로 우리가 아는 친구들이 계속 지나간다.
밥을 먹고 물통에 물을 채우고 이제 본격적인 오르막을 대비한다.
마을을 관통하던 큰길이 끊기면서 이제는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이다. 둘다 스틱을 길게 빼고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한다. 거리상으로는 절반 이상을 왔지만 오늘의 고비는 지금부터인것 같다.
숲길을 걷다 포장도를를 걷기를 반복한다. 이런 오지의 산간 마을에도 사람들은 옹기종기 모여 마을을 이루고 삶을 구려간다. 방목된 소를 몰고 내려오면, 무섭기도하지만 이곳이 아니면 볼 수 없는 풍경 같아 보인다.
어느덧 라파바 마을에 도착을 한다. 우리를 반기는 것은 소똥과 그 주변을 헤메는 무수한 똥파리들 그래도 작은 마을 하나하나가 나올때마다 목적지가 가까워짐에 위안을 한다. 독일신자회에서 구축한 구호시설과 상점 바가 있다고 나와있지만 문을 닫은 듯하다. 다음 마을을 목적에 두고 다시 오르기를 반복한다.
라파바 마을을 벗어나 스페인밤나무가 늘어선 길을 벗어나니 발카르세계곡의 경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주 멀리 작은 마을부터 큰마을까지 모두 시야에 들어온다. 모두 내가 걸어온 길이다.
산티아고길을 걸을때, 날씨는 그날의 기분을 완전히 좌우한다. 화창한 날씨에 산행에서는 넓은 시야를 통해 세상을 볼 수도 있고, 안개와 운무가 가득한 날에는 또 숲을 볼 수도 있는 거 같다.
오르막을 따라 계속 오르니 조금씩 식생의 분포도 달라진다. 산의 들꽃들이 붉은색을 띠며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언덕길의 가파름 속에서 오스트리아에서 온 노부부는 열심히 길을 오른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오르다 둘러보고 사진을 찍는 모습은 누구나 똑같은 거 같다.
오르막은 지그재그로 계속 이어진다. 뒤를 돌아보면 황홀하고 작은 둔턱을 오르면 또 새로운 경치가 다가온다. 벌써 2시가 다되간다. 이제 마을 하나만 더지나면 산티아고가 있는 갈라시아지역으로 들어간다.
어느덧 멀리 라구나 데 카스티야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카스티야지역의 마지막 마을이다. 산꼭대기에 있는 이 마을에도 순례자를 위한 휴게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오세브레이로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바에 들어가 간단한 음료를 주문하고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새로 개축을 해서 깔끔해 보인다. 입구와 바안에도 많은 순례자들이 쉬고 있다.
지도상의 남은 거리는 2.4킬로 이지만 생각보다 멀고 험하다. 가시금작화 덤블과 관목지가 넓게 펼쳐진길에 깔려진 돌이 발목을 짓이기기 시작한다. 아까 쉬기를 정말 잘 한 것 같다.
목초지의 초록이 좋기는 하지만 한국과 같이 그냥 나무로 이루어진 산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름 나무가 없는 관목지의 산길이라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각자의 식생활과 토양에 맞춰 몇천년을 살아온 결과이겠지 생각하며 오르고 또 오른다. 그래도 스페인의 돌은 싫다.
드디어 도착한 갈라시아 지역의 경계석. 이제는 대서양의 서풍이 불어오는 갈라시아산맥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식생과 기후 모두 변화를 같게 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목적지가 속한 곳 쉽게 말해 서울을 가기위해 경기도에 도착한 샘이다.
산티아고까지 152킬로. 사실 경계석의 킬로는 조금씩 차이가 난다. 이걸 다 믿는것은 아니지만 거의 다왔다는 것은 사실이며 더이상 오를 산이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오세브레이로 마을은 걷는 동안 정확한 마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멀리서 교회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아 다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3시가 조금 지날 무렵 오세브레이로에 도착을 한다.
일단 가방을 찾아야 한다. 바 같은 곳에 들어가 가방을 찾는다고 하니 옆 문으로 호텔계단 같은 곳에서 가져가란다. 다행이 잘 도착해 있었다. 가방을 들고 알베르게를 찾아간다. 마을의 끝자락에 xunta라고 적혀진 곳으로 간다. 이미 많은 순례자들이 있다. 관리인이 없으니 일단 자리를 잡으란다.
시설은 깨끗하다. 주방은 있지만 주방용품은 없다. 어차피 오늘은 요리를 할마음은 없다. 샤워를 하면서 다른 순례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수다를 떤다. 아는 사람들도 많지만 생전 첨보는 사람도 많다. 다들 어디서 짠하고 나타난 것 같다.
오세브레로는 성반과 성배의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피와 살로 바뀐 기적이 이루어진 곳이라고 한다. 오만한 사제의 이야기지만 지금은 11세기부터 성당과 수도원을 통해 기적을 지켜나가는 곳이다. 저녁에 미사를 생각하며 일단 이른 저녁을 먹기로 한다. 식당에서 메뉴를 보다 뽈뽀가 생각나서 주문을 한다. 문어에 파프리카소스를 뿌려 먹는다. 몇몇 순례자들이 눈에 들어와 인사를 나누며 식사를 한다.
저녁시간이 되어 미사에 참석한다. 많은 관광객과 순례자들이 미사에 참석하고 이 곳까지 길을 안내해준 것에 감사한다. 미사를 마치고 초를 봉헌하고 알베르게로 들어간다.
알베르게에 순례자들은 넓은 공간에 마련되 2층 침대 틈틈히 모두들 들떠있다. 우리는 아래층 식당에서 차를 마시며 하루를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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