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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il korea

희리산 해송자연휴양림 (1월 8일-10일)

스팸메일이나 문자 메세지 등으로 받는 연하장 외에 한 장의 연하장이 날라왔다. 보혈선교수녀회에서 인수(사라) 수련 수녀님이 보내준 손수 만든 크리스마스 카드. 더욱이 뽀로로 크리스마스씰도 붙어있는...
함께 카미노를 걸었던 그녀에게 가기로 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김여사를 모시러 가서 이것저것 차에 실어 넣고 청주를 향해 달린다(그동안 배낭 여행의 한을 풀 듯 짐이 차 가득이다.^^). 고속도로를 달려 청주를 지나 네비가 찍어주는 곳으로 달려가니 7시 45분.

8시 미사 참석을 위해 성당을 찾으려니, 수녀회 옆의 노인요양원 은혜의 집에서 휠체어에 할머님들을 모시고 성당으로 자리를 옮기시는 수녀님들이 보이신다.

깔끔한 수녀원 내 성당에는 신부님과 나를 제외하고 모두 여성분들이다. 제대 왼쪽 가장 앞쪽에 인수씨의 모습이 보인다. 함께 씩식거리고 길을 걷던 모습이 아니다. 카미노 이후 처음으로 만나니 8개월 만의 재회였다.
성체를 모시고 미사가 끝나고, 성당 밖으로 나와 연세가 있으신 수녀님 한 분께 인수 사라(공식적으로 수녀님이 아닌 수련중임)씨를 만나고 싶다고 했더니 접견실로 안내하셨다. 커피 한잔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반가움을 나눴다.

길을 걷던 순간의 우리들의 모습이 아닌 일상에서의 만남. 강정의 평화상단의 귤만 보내고 인터넷으로만 이야기를 하다. 초코파이(군대 면회하듯)와 쉬폰케잌을 사들고 찾아가 한참을 이야기 했다.

* 위 첫 번째 사진은 계단 가장자리마다 커다란 초들이 놓여있다. 
  두 번째 사진은 수녀원 마당에 동방 사들이 주님 탄생을 축하하러 오신 것을 재현해 놓았는데, 그동안 조금씩 조금씩 가까이 다가왔고, 오늘 주님 공현 대축일'일을 맞이하여 드디어 구유에 도착하신 것이라 한다.
  우리가 산티아고 도착했을 때 '성지주일'이었고, 나와 김여사는 파티마에서 부활절을 맞았으니, 오늘의 축일이 또 나름 의미있게 다가왔다.
 

10시가 조금 넘어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희리산을 향해 출발을 했다.
청주에서 서천으로 가는 길에는 세종시 공사현장을 거친다. 서천으로 들어가 JSA를 촬영한 신성리 갈대밭으로 향하려다 그냥 자연휴양림으로 가기로 했다. 서천읍 내 농협에서 먹거리와 막걸리 2통(1일 1통)을 사서 서천 외곽에서 순두부를 점심으로 먹는다.
  

이제는 휴양림으로 들어간다. 

산림청에서 관리하는 휴양림은 전국에 36개 곳이 있는데, 그 중에 아름다운 곳 중에 한곳이 바로 희리산 해송 자연휴양림이다.
평일 비수기 1박에 4인실 가격은 3만2천원이다. 저렴할 뿐 아니라 숲속 깊은 곳에(아니 명당에 자리잡고 있다) 예전의 휴양림과 달리 이불의 시트마저도 매일 갈아 놓고 주방도구와 온수와 난방(윗풍은 세지만 바닥이 뜨끈뜨끈) 모두 훌륭하다.
무조건 강추다. 단 7-8월은 예약후 추첨으로 가능하며, 그 외에는 30일전 예약 가능하다(참고로 쓰레기 봉지 값 700원은 별도다).

 이른 출발이라 뜨거운 아랫목에서 낮잠을 자고 숯불을 피워 삼겹살, 오징어, 버섯 등을 구워 먹는다. 물론 막걸리도 한잔 걸치면서 둘만의 바베큐 파티를 한다. 별이 보이지 않아 섭섭하고 아쉬웠지만... 코를 알싸하게 하는 깨끗한 찬바람이 넘 좋다. 

 

다음날 정말 오랫만에 푹 자고, 오전 휴양림을 둘러싸고 있는 희리산에 오른다. 희리산은 해발 329미터의 뒷동산 같은 산이지만 휴양림 둘레를 둘러싼 작은 봉우리들을 모두 돌아오는 길이다. 간혹 눈길이 있지만 아이젠 없이 걸을 수 있는 2-3시간여의 숲 산책길이다. 물론 짧은 산책길도 있다.


북쪽 봉우리에서 시작하면 온통 해송 가득한 동산들과 저수지 가까이 너른 평원을 볼 수 있다. 오늘은 유달리 구름이 많고 시야가 좁아 아쉬움이 남았다. 남쪽 봉우리로 자리를 옮기면 볼 수 있는 서해와 군산 쪽의 아름다운 광경을 놓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눈길도 제법 있지만 사람의 발길도 적어 얼지 않은 채 아직도 보송보송하다. 걷기 좋은 길이다. 중간 중간 마른 의자에 앉아 따듯한 차 한잔을 마시며 걷는 길.. 해송으로 가득한 길이 마치 둘레길을 걷는 듯하다. 급한 오름도 낭떠러지 같은 내리막도 없다. 아이들이라도 걸을 듯하다. 더욱이 날씨는 따스해서 외투마저 벗어 가방에 넣고 걷는다.

주변에 높은 사도 없기에 봉우리를 이어가는 길에 해송 사이에는 계속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다. 쉼터도 5-6곳이 마련되어 있다. 원래 군산 방면에서 이어오는 줄기를 타고 걸어 올 수도 있지만 우리는 휴양림 주변만 걷기로 했다.

원래 멀리 서해안의 바닷가와 금강하구의 모습이 보여야 하지만, 그렇지 못해 제법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충분히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진다.

조금은 초라해 보이는 해발 329미터의 글자를 뒤로 하고 휴양림의 입구 안내소 방향으로 내려온다. 안내소 옆 매점에서 군것질 거리를 살까하다. 그냥 우리의 통나무집으로 올라간다.

숲속의 차가운 바람과 따스한 통나무집의 구들 속에서 또 하루를 그저 조용히 보내고(문재인의 힐링캠프도 보고) 2박의 희리산해송자연휴양림의 휴가를 마무리 한다.
 

마지막 날, 인근의 춘장대를 찾아간다. 춘장대의 해변과 마량리의 동백나무 숲을 둘러본다.
간만에 찾아 온 바다를 조금 걸어본다. 오늘도 날씨는 그다지 좋지 않다. 하지만 바다는 고요하다.

제방길을 타고 무창포로 넘어와 점심을 먹는다. 해물 샤브샤브를 먹는데 온통 먹물만 남아 있다. 무창포의 해변에서 잠시 쉬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올라온다.

안면도에서 하루를 더 보낼까 하다가 그냥 올라온게 조금은 아쉽지만... 강원도의 바다가 우리를 부르니 뒤로 미루기로 했다.

* 차로 하는 여행은 많은 곳을 둘러볼 수 있지만, 그동안 도보 여행에 익숙한 우리에겐 뭔지 모를 아쉬움과 어색함이 남는다.
  온몸의 감각을 이용해서 한발 한발 걷으면서 느껴지는 친숙함과 일체감이 부족해서일까?
  차로는 쉽게 갈 수 있으니 이곳 저곳 둘러볼 욕심에 괜시리 머리가 산만하고 복잡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여행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