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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ino de Santiag

산티아고의 길 25 - 레온에서 마사리페까지 (4월 4일, 25km)

300킬로가 남았으니 500킬로 정도를 걸어온 것 같다. 산티아고를 가기전 마지막 커다란 도시의 아침은 분주하다. 거기다 월요일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더 분주한 느낌이 든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란 사람이지만 20여일이 넘는 산길 여행만으로도 도시의 이질감이 이토록 쉽게 나에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

 


레온 - 산마르코스광장 - 비르렌델카미노 - 프레스노델카미노 - 온시나데발돈시나 - 초사스데아바호 - 비야르 데 마사리페

알베르게에서 제공되는 간단한 커피로 몸을 데운다. 순례자들이 한명 두명 인사를 하고 떠나는데 어제 잃어버린 반지를 찾아보기 위해 그냥 멀뚱이 머므르고 있다. 라네로스에 연락을 하는 것을 도와주기로 한 분은 보이지 않고 영어가 안되는 수녀님과 아저씨만 멀뚱멀뚱 계신다. 수녀님은 우리보러 직접 전화를 하라고 전화부스로 안내하는데 연락은 안된다.
알베르게를 청소하니 일단 밖으로 나가야 할거 같다. 입구에 가방을 두고 둘이서 레온시내나 보자고 돌아다녀 본다.

분주한 도시의 아침에 여기저기를 돌아다녀보지만 문을 연 곳도 없을 뿐더러 레온대성당 마저도 낳설게 느껴진다. 산마르셀로 광장과 가우디건축물을 대충들러 보고 숙소쪽으로 향해본다. 뭔가를 해야하는데 할게 마땅치 않고 해야할 일도 잘 안된다는게 여간 답답하지 않다.

9시 정도까지 레온 구시가를 돌아보다 알베르게로 간다. 그냥 하루를 더 묵을것인가 고민하다. 김여사에게 일단 출발하자고 제안을 한다. 아침이면 그냥 걷는게 너무 익숙해진거 같다. 김여사도 그러자고 기꺼이 동의를 한다. 반지를 찾을 수 있으면 좋은거지만 그렇지 못하면 어쩔 수 없다.

지금까지의 일정 중 가장 늦은 출발이다. 알베르게에서 짐을 찾아서 걸을 수 있는 곳 까지 가고, 가면서 공중전화로 라네로스의 알베르게에 전화로 반지를 물어보기로 결정했다.
산마르코 광장 근처로 가니 박물관으로 많은 여행객과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큰 가방을 맨 우리의 모습은 상당히 이질적인 모습일거다. 메르데스가강을 지나 케베도공원을 가로지르는 동안 벌써 햇빛이 뜨거워진다.
서쪽으로 걷다 보면 아침에는 등뒤에서 해가 비추고 오후가 되면 눈앞으로 다가오는데 벌써 머리위에 해가 드리워진 느낌이다.

도시에서 벗어나는 길은 생각보다 길고 지루하다. 한참을 걸어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도시에서 잠시 바에 들러 라네로스알베에 전화를 해보지만 전화가 안된다. 공업지구를 가로질러 가는길에 차도변 인도로 가는게 조금더 길을 단축할꺼 같아 카미노 마크가 없는 길을 걸어간다. 지도와 방향감에 의지해 걷는 길 김여사가 살짝 짜증을 낸다.
속으로 누구탓인데 하며 화가 조금나지만, 그래도 의지해야 할 두사람인데.. 생각하며 걷는다 간신히 마크를 찾고 도시의 외곽에 도착한다.
11시 30분이 되어서야 도시의 끝에 다다른다. 잠시 간단히 점심을 먹기로 하고 전화를 걸어보지만 이번에는 영어가 안된다. 미치겠다. 그냥 잊자 잊자 하면서 길을 나선다.
라비르헨델카미노를 벗어나자 숲길이 나타난다. 원래 이곳에서 3갈래로 루트가 갈라지는데 우리는 마사리페 방향으로 방향을 잡는다.

진흙길을 피해 조금 걷다보니 작은 전원마을 프레스노델카미노가 나타난다. 깔끔한 이마을에도 바가 있었지만 오늘 늦은 일정을 감안해서 그냥 열심히 걸어간다. 아마 이 길에서 '부엔카미노'를 외치며 지나갔던 사람이 호주인 친구 마리아가 아니었나 싶다.

온사나데발돈시나라는 마을까지는 차도를 따라 걸어간다. 이 마을을 지나 언덕으로 오르면서 부터는 비포장도로가 이어진다. 이제는 조금 황량한 벌판같은 이길에서 햇빛은 쏟아지고 몸은 늘어진다. 그래도 어제 그다지 많이 걷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싶다.
원래 길을 걸으며 음악을 듣지 않았었지만, 카미노를 걸으면서 조금 힘들다 싶으면 스마트폰을 스피커 모드로 해서 음악을 튼다. 이럴때 나에게 우리의 걸그룹의 음악은 큼 위안이 된다. ㅎㅎ 물론 김여사를 위해 10곡중 1곡 정도의 보이그룹 음악도 선사한다.

자길길을 6킬로 정도 걷다보니 발목에 통증이 심해진다. 그리고 뜨거운 햇살의 열기로 너무 덥다.너무 아프다 심을 무렵 초사스데아바호라는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마을 광장 한복판에 바가 보인다. 일단 달려들어가듯 들어가 맥주를 주문한다.
이제는 바의 온기가 아니라 그늘의 시원함을 느끼고 있다는게 너무나 아이러니하다. 맥주를 마시며 간단한 간식류를 먹으며 조금 쉬고 있자니 고양이 한마리가 달려든다.
우리는 둘 다 개 고양이 질색이다. 사실 카미노의 동물들은 너무 자유롭다. 사람이 힘들면 다 공포도 귀찮아지나 보다. 이제는 슬슬 그러려니 한다.
쉬고 있자니 벌써 3시가 가까워진다. 앞으로 5킬로 정도는 더 걸어야 오늘의 목적지까지 가는데..

마사리페로 가는길은 다시 차도를 따라간다. 하늘과 땅의 열기로 짙은 선크림에도 얼굴을 가려야 할 정도이다. 이날 못모르고 긴팔을 걷고 겄던 나는 팔에 두가지 살색패턴을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늦은 출발이라는 걱정 때문에 의도적으로 걸음의 속도를 늦추지 않고 계속 걸었다.

이 놈의 시골길은 차도 한대 다니지 않는다. 앞뒤로 순례자도 보이지 않는다. 보통 7시 정도 출발 2시 정도 걷기 종료가 가장 이상적이다. 얼굴로 쏫아지는 햇빛을 감당하기 힘들고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구름이 뭉실뭉실 피어나는 이 길을 걷고 또 걷다 보니 멀리 마을이 보인다. 오늘의 목적지 비야르데마사리페, 순례자를 위한 작은 마을이다.  마을 초입에 귀여운 산티아고 성인의 동판앞에서 인증샷 한방 찍어본다.

몇개의 알베르게가 문을 열고 있다. 어디에 묶을까 고민을 하다. 그래도 웹서핑하면서 추천받은 헤수스로 가기로 한다.
헤수스에 도착해 등록을 하고 저녁을 예약하고 방으로 올라가는데.. 헉 패트릭이 있다.
함께 피레네를 올랐던 패트릭을 여기서 다시 보다니...너무 반가워 서로 허그를 한다.
인수씨나 지나가는 사람들 편에 소식을 전해들었지만 푸엔타레이나 이후 처음 만나니 무척 반가웠다.

서정씨도 이곳에 와 있었다. 마을외곽까지 독일아줌마와 버스를 타고 이동후 걸어왔단다. 한 7-8킬로를 스킵하고 걸어왔단다. 초반에 무리를 하지 않는게 좋으니 잘한 선택이다.
패트릭의 소개로 마리와 인사를 하고 함께 저녁을 먹었다. 패트릭도 우리가 무척 보고 싶었다며 지나온 일들을 이야기 한다. 수염이 덥수룩한 패트릭도 다리가 아퍼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휴가가 거의 끝나 이제 독일로 돌아가야 한다는 아쉬운 이야기도 하고, 어설픈 순례자 흉내을 내던 초반부의 힘든과정도 이야기 하고 인수씨를 만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금새 밤이 되어간다.
더욱이 이 알베르게의 한 스페인여자분의 도움으로 라네로즈의 알베에 전화연락을 할 수 있었다. 반지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인편으로는 보낼 수 없으니 가지러 오라고 한다. 일단 이 마을은 시내로 가는 교통편이 없어서 아스트로가로 간 후 찾으러 가겠다고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