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르데 마사리페 - 오스피탈 데 오르비고 - 비야레스 데 오르비고 - 발데이글레시아스 - 산토 토르비아 십자가 - 산후안데라베가스 - 아스트로가
알베르게에서 아침을 먹고 페트릭과 인사를 하고 출발을 한다. 마을을 빠져나오자 일자로 뻗은 길을 걷는 길이라 많은 사람들이 앞 뒤로 보인다. 생각보다 격차가 벌어져 있지만 이 마을 구석구석의 알베르게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온거 같다.
부지런하던 우리는 어느새 8시가 되어야 출발하는 게으른 순례자의 모습을 갖추었다. 멀리서 보이는 사람을 따라 계속 걸어간다. 6킬로 정도를 걸어가니 마야델파라모 방향으로의 화살표와 직직표시가 두개가 나왔다. 간혹 카미노길에는 순례자를 유인하는 이런 화살표가 간혹있다. 자신의 알베르게로 오게하거나 바로 오게하려는 일종의 상술이 가미된 것이다. 가이드에 마을에 별다른 것이 없기에 우리는 직진을 한다. 앞서 갔던 사람들이 마을에서 나오고 있다. 시간을 조금 단축한 것이다.
투데르토강을 지날 무렵 잠시 휴식을 취하며 어제 사둔 간식을 먹는다.
조금만 더 걸으면 마을이 나올듯한데 생각보다 멀기만 하다. 오스피딸데 오르비고 마을에 들어가기전 큰길사거리에 바가 나오기에 잠시 맥주한잔을 시켜 먹는다. 가게 안에는 몇몇 순례자들이 있다. 서정씨도 독일인 그룹과 잠시 이곳에서 쉬고 있다.
오르비고마을로 들어가는 초입에 긴 다리가 나온다. 오르비고강을 가로지르는 이 다리는 스페인에서 가장 길고 오래된 중세 다리라고 한다. 지금은 보강공사중이라 다리 옆을 조심스레 걷는다. 로마시대의 다리를 13세기 보강했다고 하는데 참 아름다웠다. 더욱이 오르비고 강에서는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그냥 오늘 여기서 낚시나 할까 하는 유혹에 빠져든다.
오르비고 마을에 12시경 들어가니 슬슬 출출해진다. 거기다 지나다니는 빵차가 '빤 빤' 거리며 (스페인의 작은 마을에는 빵을 배달하는 빵차가 오가며 경적을 울려 사람을 불러 모은다) 달릴 때마다 빵을 사먹을까 하는 유혹에 빠진다. 그러나 가방에는 어제 사둔 빵과 과일이 아직 남아있다.
얼마 걷지 않아 다음 마을인 비야레스데 오르비고에 도착한다. 벽 그림이 이쁜 알베르게가 눈에 들어온다. 마을 외곽에 앉아 어제 사둔 간식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아까 본 빵차는 이 마을에서도 보인다..
마을 외곽의 언덕으로 한참을 걸어간다. 지도에는 2.5킬로라고 표시되어 있지만 생각보다 멀게 느껴지는 거리에 산티바네스데 발데이글레시아스라는 마을이 있다. 오후가 돼자 햇살은 더욱 뜨거워지고 점점 숨은 거칠어진다.
1시가 다 되어서야 발데이글레시아 마을에 도착을 한다. 오전에 속도를 좀 내면서 쉬지 않고 열심히 걸었더니 벌서 20여 킬로를 걸었다. 그러나 슬슬 다리는 아퍼오기 시작한다.
마을 초입에 벽에 새겨진 화살표가 앙증맞아 사진 몇장을 찍고는 마을 안쪽으로 들어간다. 그다지 깨끗하지 않은 바에서 음료수를 주문하고 휴식을 취한다. 물통에도 물을 보충해야 한다. 8킬로 이상의 산길을 걸어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마을 외곽에서 잠시 카미노 마크를 찾지 못했다. 축사 옆으로도 길이 있고 직선으로도 길이 있는데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겠다. 돌사이의 작은 노란마크가 보이기에 직진을 하니 멋쩍은 조형물이 이 길이 많다는 듯 우리를 반긴다.
너른 숲과 벌판의 연속이다. 그러나 지긋지긋한 스페인의 돌멩이 길이 발목을 압박한다. 오늘은 조금 욕심을 내서 아스트로가까지 가려하는데 여가 힘든게 아니다. 부어오른 왼쪽발목의 통증이 점점심해진다. 숲길과 들판길이지만 시야도 그다지 좋지 않다. 거기다 4월이 되면서 부터 오후의 열기가 점점 사람을 지치게 한다.
이 길에는 순례자에게 음료를 파는 집시 한분이 있다. 도네이션으로 운영되지만 돈을 안내기는 조금 미안하다. 몇유로을 주고 얼음에 음료수를 마신다. 멀리서 우리보다 늦은 한 스페인순례자가 눈에 들어온다.
영어를 조금(아주 조금)하는 이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길을 걷자니 어느새 산토 토리비오 십자가가 눈에 들어온다.
멀리 아스트로가가 보이지만 아직 5킬로를 넘게 걸어가야 한다. 가까이 작은 마을 산후스토데라 베가가 보인다. 내리막으로 내려가던 도중 김여사의 스틱의 하단 부분이 날라가 버렸다. 스프링을 찾으면 고칠 수 있을 듯 한데 찾기가 어렵다. 조금 찾다가 그냥 포기하고 길을 내려간다.
마을로 진입해서 나는 바에서 잠시 쉬어 가고 싶은데 김여사는 그냥 가잔다. 내가 고집을 피워 들어가서 맥주를 시켜 버렸다. 스틱은 고장나고 햇빛은 뜨겁고 25킬로 이상 걸으니 몸은 힘든데다 신경이 날카로와지니 서로 삐지기 시작했다. 맥주를 마시고 아스트로가로 가는 길 내내 둘이 한마디도 하지 않고 걷는다.
결국 내가 아스트로가 초입에서 폭발을 했다. 이 길을 걷는 도중 가장 심하게 표현을 한 듯하다. 일단 몸이 넘 힘드니 모든 것이 짜증이 났다. 별것도 아닌 일에 화를 낸걸 보면 원초적인 상태에서 본성이 나오는 걸까? ㅜㅜ
대충 사태를 수습하고 언덕에 위치한 아스트로가로 들어간다.
언덕을 올라가서 처음에 나오는 지역순례자협회가 운영하는 세르비아스 데 마리아라는 알베르게에서 등록을 한다. 4시가 넘어서 도착을 했으니 꽤나 늦은 도착이다. 친절한 오스피딸로와 영어를 잘하는 잘하는 동구권 출신의 자원봉사자가 방을 안내해준다. 허걱 1인당 5유로 씩에 2인실을 내준다. 화장실은 없지만 방하나에 2층침대가 놓여 있다. 더욱이 내일 반지를 찾으러 가야한다니 하루 더묶으라고 한다. 주방도 깨긋하고 교통편안내부터 라네로즈 알베르게에 연락까지 해주며 친절하기 그지없다.
세탁이나 이런건 내일 돌리기로 하고 밥은 사먹기로 했다. 아직 싸운 앙금이 조금 남아 있다. 사실 아스트로가는 언덕위의 고대 중세 도시의 원형을 그데로 가지고 있는 매우 매력적인 도시이다. 성의 외벽마저도 온전히 보전되어 이 도시는 여행객으로라도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인근 식당에서 간단히 저녁을 주문해서 먹고 돌아오는 길에 광장의 노천카페들이 인상적으로 펼쳐져 있다.
내일 나는 라네로즈로 혼자 가기로 하고 그사이 김여사는 세탁이며 물건들 정비르류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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