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킬로미터를 걸으면 늘상 오시는 그 분이 오신다. '너 운동 좀 했니?' 하고 물어오신다. '아니오' 하는 순간 발목과 다리를 부여 잡는 그 분이 오신다. 하루 정도는 쉬셔도 될 텐데~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그냥 담에 다시 오면 되지만, 우리야 요 번에 안 걸으면 언제 걸을 지 모르는 길이다. 가야 된다.
군대 이등병 이후 아침이 무서워지기는 오랫만이다.
다행이 오늘은 알베르게에서 아침을 준다. 비스켓 조각(아무리 먹어도 허기진다)과 미즈근한 커피(렌즈에 돌려야 된다)에 아침을 먹고 길을 나선다. 아침을 함께 먹어서인지..다른 순례자들과의 출발시간이 비슷해진다. 이제 함께 길을 걷는다.
에스떼야의 외곽으로 가니 주유소가 눈에 들어온다(보통 스페인의 주유소에는 작은 가게가 딸려있다). 주유소 가게에 들어가 홀스 한 개와 과자를 사 들고 나온다. 왠지 흐믓하다. 오르막을 오르니 낡은 건물에 십자가상 3개(삼위일체를 나타내는 건가?)가 보인다. 멀리 산등성이에도 또 다른 십자가가 보인다. 오늘도 제발이라고 나지막히 기도를 하고 내리막을 내려간다.
멀리 커다란 수도원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10세기부터 순례자를 위해 봉사해온 수도원이 수도사의 부족으로 85년 철수하고 지금은 박물관과 양조장만 남아있는 곳이다. 수도원 좌우로는 포도밭이 무성하다. 이 멋진 광경보다는 가이드북에서 알려준 공짜 와인을 맛있게 먹을 생각에 기분이 좋다.
이라체 수도원의 와인의 샘이다. 순례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왼쪽은 붉은 와인이, 오른쪽은 물이 나온다. 물론 성수기에는 와인이 일찍 고갈되지만, 3월 중순에 몇 명 안 되는 순례자가 먹기에는 충분하다.
와인의 샘에 도착하자 벌써 몇몇 순례자가 사진을 찍고 와인을 마시기에 여념이 없다. 각자 사진을 찍는 와중에 내가 함께 사진을 찍자고 제안을 하고 몇 대의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스페인 사람들과 에스토니아 삼총사다. 맨 왼쪽의 아줌마와 왼쪽에서 네 번째 앉아 있는 남자(셰마)가 부부인데, 부인은 몇 일 뒤 집으로 돌아가고 셰마는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며 함께 걷게 된다. 그리고 셰마 옆이 김여사가 좋아하는 에스토니아 삼총사, 맨 오른쪽이 3번째 산티아고를 걷는 스페인 아저씨(이름은 까먹었다. 이 분이 코골이로 김여사의 잠을 방해한 장본인이다. 그 뒤로 침대 위치를 멀리 잡으려고 피해 다녔는데 홀로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 존경심이 생기게 되었다)다.
사진을 찍고 와인을 맛본다. 생각 보다 맛있다(가이드북에는 맛 없다고 하는데, 난 맛있었다). 물통 하나에도 와인을 담는다. 내가 절반만 담으니 김여사가 가득 담으라고 압력을 행사한다...ㅋㅋ
과거의 명성과 달리 이라체 수도원 건물은 을시년스럽다. 아침나절이라 사람이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왠지 쇠락한 카톨릭의 성지를 보는 것 같아 안쓰러웠다(쿠테타 이전에 스페인은 교회가 전체 국유지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지나치게 비대했다고 한다).
수도원 길을 뒤로 하고 찻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니 왼편으로 이라체호텔 식당 바가 인다.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화장실을 이용하는데 호텔 투숙객들이 뷔페식 아침식사를 먹는다. 오늘 아침 마른 과자에 잼 발라 먹은 나는 저 따스해 보이는 베이컨과 우유에 타 먹는 시리얼이 너무나 먹고 싶어 나도 모르게 자꾸 쳐다보게 된다. ㅜㅜ
하루종일 너른 들판을 걷는다. 몇 일전 멀리서 보이던 병풍 같던 산맥이 어느새 바로 내 옆으로 지나가고 있다. 북쪽으로 산 몇개만 넘으면 프랑스 땅일 것 같다. 남쪽으로도 커다란 산맥이 진을 치고 있다. 하얀 구름 속에 숲과 길이 멋지다. 완만한 높낮이에 돌도 적은 길을 걸으려니 제법 속도가 난다.
들판과 들판 사이로 길을 걸으며 아스케타를 향해간다. 오늘 오전에는 걸음이 제법 빨라 몇몇 사람들을 추월했다. 지나치면서 '부엔 카미노!'를 외치고 간다. 독일에서 왔다는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옷과 배낭을 메고 걸어간다. 고개를 올라가다 젊은 독일 여자 아이(피아)가 눈에 들어온다. 왠지 다리를 저는 것 같아. 괜찮냐고 물어보니 괜찮다고 한다. 뒷꿈치가 다 나가서 거즈까지 붙여 놓아 신발을 신지도 못하는데 괜찮다니? 스틱을 빌려주려니 그것도 괜찮단다. 아무래도 불안해 보이는데, 뭐 내가 할 것이 있는가?
아스케타에서 빵을 배달하는 차의 '빤빤' 소리가 나자 김여사가 뛰어가 바게뜨 하나를 1.10유로에 산다(신선해서 정말 맛있다.). 잠시 앉아 쉬려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나타나 세요를 찍으라고 하신다. 무슨 소리인지 알아 듣기 힘든데.. 김여사는 크레덴시알을 들고 따라간다.
빵을 들고 앉아 있자니 동네 고양이들이 전부 모여들고, 움츠리고 있던 나는 용기를 내서 빵 조각을 던져주었다. 고양이 녀석들이 낼름 받아 먹으며 내 말을 듣는다. 신기하다(고양이 갠 적으로 무지 싫어한다.).
도장을 받아 온 김여사는 무지 무서웠단다. 그래도 그 집에서 화장실을 사용하는 용기까지 감행했단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그 파블로 할아버지는 지나가는 순례자에게 지팡이를 손수 만들어 선물하시기도 하고 도움을 주는 분이란다. 가리비 없이 다니던 인수씨는 그 할아버지에게 가리비를 선물 받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의 경계심이 그분의 선의에 아픔이 되지 않았나 후회했다.
조금 쉬다가 빵을 가방에 매단다. 옷, 모자, 컵,가리비 그리고 빵까지 매달고 옆주머니에 와인과 물을 놓고 걸어간다.
비야마요르로 가는 언덕을 올라간다. 가이드북에 적혀 있는 무어인의 샘이 나온다. 가이드북에 무슨 샘이니 우물이니 하는 곳은 하나 같이 못 먹는 물이다. 그냥 옛날 웅덩이에 물이 가득 고여있다. 카스티요 봉우리 옆으로 교회의 종탑이 보이고, 최소한 오늘 목적지의 절반 이상을 빠른 시간에 온 것 같아 흐믓하다.
기쁜 마음으로 언덕 위에 작고 이쁜 마을을 올라간다.
양 옆으로 포도밭이 펼쳐진 비야마요르로 들어가, 구경이니 뭐니 할 꺼 없이 목적지를 향해 쌔~~앵. 이유는 바로 갈려면 기본루트에서 꺽어 언덕 쪽으로 약 50미터 올라가야 되는데, 올라갔다 내려오려니 손해보는 느낌이 가득하다. 무조건 전진이다.
비야마요르에서 내려오는 길가의 못 먹는 우물 옆에 주저 앉아 점심을 먹는다. 이제는 비상식량으로 빵, 하몬, 치즈와 땅콩 등을 언제나 가지고 다닌다. 거기에다 이라체 와인까지 있으니 나름 점심이 풍성하다. 보기에 따라서는 참 없어 보이겠지만... 점심을 먹는 동안 몇몇 순례자가 지나간다. 먼지 나는 길가에 쭈그리고 밥 먹는 것도 조금씩 익숙해져 간다(가방에 빵이 많이 줄어든 만큼 먹은 거다.).
빵으로 점심을 먹고 걸으려니 어떤 녀석이 말을 타고 지나간다. 우~~왕. 나도 저런 거 타고 가봤으면. 시골총각도 말 타고 다니는 동네에서 나는 그냥 서쪽으로 종일 걸어다니는구나 TT;;
언덕이 보여서 올라가면 또 평원이고, 언덕이 보여서 올라가면 또 평원이다. 이쁘지만 짜증이다 ^^. 길 가에 검은 베레모가 떨어져 있어 주어가지고 간다. 순례자가 떨어뜨린 거면 알베르게에 갔을 때 물어보거나 아니면 그 사람이 되돌아오다 돌려줄 수 있으니까. 잠시 후 400미터를 다시 되돌아온(왕복 800이면...) 모자 주인 독일 여인 쥴리아를 만나 모자를 주니 기뻐했다. 그녀는 유명 코미디언 하페 케르켈링이 쓴 책을 읽고 이 길을 걷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정말 스페인 사람들 보다 독인 순례자들이 훨씬 많았다. 김여사도 그 책이 한국에도 번역되어 몇 년 전에 읽었다고 하자 굉장히 반가워했다(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은행나무, 2007). 같이 걷다가 우리 걸음이 너무 빠르다고 먼저 가란다. 사람은 상대적이다. 우리 보고 빠르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니...
걷다가 지쳐, 그냥 길에서 발 뻗고 쉬고 있자니 오스트리아 뚱땡이 아저씨 3명이 지나간다. 뭐가 그리 우스운지 우리 사진까지 찍는다. 부르고스를 지날 쯤 그 웃음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이들은 오스트리아부터 이미 1,000킬로미터 정도를 걸어왔기에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아이들이 힘들다고 저러고 있는 게 웃겼을 것이다. 나도 나중에 부르고스에서 시작한 순례자들이 힘들다고 뻗는 거 보면 살짝 웃음(여러 가지 의미에서)이 나왔으니까. ㅎㅎ
이렇게 이쁜 길에서 경치와 풍광에 젖어 기분 좋아야 하는데.. 15킬로미터 이상을 걷고부터는 슬슬 또 그 분이 오시고, 가방이 누르는 무게까지 더하면 슬슬 화가 난다. 대체 어디쯤 가야 로스아르코스가 나오는 거야..
고대 유적 같은 곳 밑에 쌓아 놓은 볕단 사이로 아까 본 독일여자 아이(피아)는 쭈구리고 앉아 있고, 그래도 조금 더 걸을 수 있는 나는 목적지를 찾아 징징대며 걷는다.. 요 언덕을 넘으면 이번에는 나올텐데 하는 희망을 가지고...
염소 고개를 지나자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마을 초입에 코카콜라 마크를 보는 순간 '탄산!' 이라고 외치고 걸어 들어간다. 알베르게를 찾아야 한다. 얼릉 내 입에 탄산을 넣어야 한다. 마을 입구에 자자체 알베르게가 공사 중이라고 써있어서 마을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알베르게 카사 드 오스트리아로 들어간다.
등록을 하는 순간 자판기 1유로를 집어 넣고 탄산음료 한 잔을 뽑는데 오스피탈로가 따뜻한 물에 핫소스 같은 것을 타서 준다. 맛이 희한한데 일단 따뜻한 거라 받아 먹었다. 일단 왔다.
사설 알베르게라 와이파이도 되고 2층에 주방도 있다. 그리 깨끗하진 않지만 다양한 조리기구가 있다. 내일 아침 식사비 포함 1인당 11유로씩을 내고 묵기로 했다. 저녁은 밥을 해먹기로 했다. 가게가 6시에 연다고 한다.
샤워하고 발코니에 앉아서 나는 발목 마사지를 하고, 김여사는 빨래하고 비에 젖은 가이드북을 한 장씩 벽난로 옆과 발코니에 널어 말리면서 일기를 적는다. 잠시 후 쥴리아가 나타나서 레깅스 같은 걸 입고 스트레칭을 한다. 한가롭다. 볕이 따스하다.
6시 10분 전에 마을광장에 있는 가게로 향했다. 알베르게에 묶는 모든 사람이 나와서 가게 문 열기를 기다린다. 안 열린다. 시간이 넘었는데도 안 열린다. 십여명의 순례자가 추위에 가게 문 열기만을 기다리면서 어슬렁거린다. 에스토니아 3총사 중 한 명이 수영모자와 바지 같은 것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고 김여사와 한참을 웃었다(사진 못 찍어 놓은 게 너무 아쉽다)
여기서 또 다른 독일친구 쥴리(모자 주인)와 인사하고 이야기도 나눈다. 아뿔싸 주말이다. 6시 반 넘어 옆 바에 물어보니 7시 넘어야 여는데 언제 열지 정확히 모른단다(시에스타고 뭐고 정확한 시간 개념이 약간 스페인은 부족하다. 한국 같다.).
가게 앞 교회에도 어슬렁 거려본다. 순례자용 미사가 있다고 적혀있지만, 그것도 안 한다고 한다. 가게도 안 열리고 그냥 밥을 사 먹을까 고민하다 그냥 들어왔다. 주방을 뒤져보니 쌀과 계란이 한 개 있다(순례자들이 무게 때문이거나 다른 순례자들 먹으라고 남긴 음식들이 있어 먼저 주방에서 체크한 뒤 장보러 간다) 다행히 남은 쌀이 있어 다 넣고(1인분 반 정도) 밥을 했다.
거기에 밥이랑과 계란, 먹다 남은 치즈, 초리소, 하몽 등을 넣고 밥을 볶는다. 그리고 가지고 간 미역국과 고추장을 준비한다. 이 알베르게에서 만들어 파는 항아리 와인까지.
밥 하는 사이 잠시 방에 들어가니 낯익은 얼굴이 있어 "밥 먹었냐?"고 물어봤는데 그녀는 "밥 먹을래?"로 알아들었다(누구 잘못인지? 영어 참 어려워..). 헉! 먹겠단다. 지금 달랑 2인분인데.. 급하게 접시 하나에 밥을 덜고 미역국도 덜어 3인분을 만든다. 밥이 모자라 하루종일 달고 다닌 빵도 얹어 놓는다.
이 독일 여자 아이, 피아는 오늘 첨으로 따뜻한 음식을 먹는다고 했다. 얘네 원래 해조류도 잘 안 먹는 걸로 아는데 미역국이 맛있다고 한 컵을 다 먹는다. 짠하다. 완전히 배가 부르지 않았지만, 셋 모두 잘 먹을 수 있어서 우리는 잘한 일이라고 서로를 다독였다(피아는 순례가 끝나고 피에스테라를 떠나기 직전에 다시 만나 것을 서로 너무 기뻐할 정도 길을 걷는 내내 마주치게 되는 친구가 된다). 차마 그 맛있는 누룽지(약간 눌은 것이 정말 최~고! 이것까지 먹고 나니 정말 배불러 와인을 남겼다. 오병이어의 기적이 생각났다. 이셰프 만세!!!-김여사) 문화 차이(얘네는 설겆이 물 먹는다고 생각한다고)를 감안해 권하지 않았다
우리가 밥을 다 먹고 설거지 하는 동안 사람들이 음식을 사들고 들어와 우리 보고 놀란다. 7시 30분이 넘어 열었단다.
우리도 늦게 열린 가게에 가서 내일 먹을 먹거리를 사서 들어온다.
식사 후, 거실 난로가 옆에 피아는 싸들고 다니는(3권이나, 몽상가다) 책 읽고, 에스토니아 3총사는 원카드를, 김여사는 뭔가를 끄적이고 있다. 여긴 뭔가 동양풍이다. 인도음악, 클래식 등이 섞여 나온다. 향 냄새가 진하다. 한 구석에 맛사지 베드가 있고, 목소리가 정말 허스키한 작은 스페인 남자가 그림을 그린다(여기에서 일하고 머무르는 사람인 것 같다.). 벽에는 그의 그림들이 붙어있다. 이제까지의 알베르게와 분위기가 많이 색다르다.
오늘은 왠지 하루가 길게 느껴진다.
* 알베르게 주방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빨리 먹고 정리해줘야 다른 사람들이 먹을 수 있다. 이셰프의 퀵쿠킹은 이런 점에서 카미노에 적합하다. 맛도 뛰어나다. 그의 오지랍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2일 전부터 보였던 묘령의 소녀, 발이 뒷꿈치가 다 까져 조리 신고 이곳에 도착했는데, 이번엔 발가락 사이도 다 까졌을 거다. 우리 둘도 잘 들어올리지도 못하는 짐을 지고 걷고 있고, 이 곳을 걷는 사람들을 보면 어느 부분에서 불가능이란 없어 보인다. 그들은 또 우리는 왜 걷는 것일까? 처음엔 그녀가 안 쓰러웠지만 점점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죽을 것 같이 힘들다가 아침이면 또 걷는다. 그래서 지금은 내일의 걱정은 하지 않는다. 그냥 그 순간만 충실하려한다. 내일의 날씨도, 바로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내가 무엇을 해 낼 지 아무도 모른다. 향 냄새가 다소 어지러운 이 순간 현재의 모든 것이 감사하다. 차라리 아픈 발이지만 발걸음과 내 몸에 집중하면서 걷는 것이 명상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날 아침 자는 내내 콜록거리던 또 다른 순례자가 우리가 도착했을 때부터 아무 것도 못 먹고 앓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내고 미안했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다고 투정만 부리지 말고 옆의 다른 이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이미 떠난 빈 침대를 바라보며 뒤늦게 빨리 완쾌되도록 기도 밖에 해 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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