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amino de Santiag

산티아고의 길 36 - 멜리데에서 아르수아까지 (4월 15일, 16km)

갈라시아 지역에서 비를 맞지 않고 봄철에 카미노를 걸었다면, 커다란 축복이라고들 말한다. 더욱이 출발전 허리나 어깨가 아프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했지만, 다행히 발목을 중심으로 다리에만 큰 통증이 있어왔다. 그러나 곤자르로 가는 길 이후부터 줄곧 왼쪽 어깨가 아프기 시작한다. 가방을 허리에 묶고 가듯이 가다 어제 하루 가방을 안들다 짊어 졌을 뿐인데.. 초반부터 어깨가 결린다.

느긋하게 출발을 한다. 거의 대부분의 순례자가 빠져나가고 거의 막타를 치고 나간다. 오늘은 아루수아마을까지 16킬로의 일정만 잡고 쉬어 가기로 했다. 어차피 이틀뒤면 산티아고의 입성이 가능함으로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다지 길을 잃을 것 같지 않은 곳에 이정표가 4개나 붙어 있다. 마음에 드는 것은 50킬로가 남았다는 이정표다. 맨위의 그림은 2010년 대희년을 기념한 로고의 이정표이고, 두번째 것은 차도와 인도사이에 자주 볼수 있는 이정표, 3번째는 조금 오래된 이정표, 그리고 맨 아래 표지석은 가장 오래된 이정표이다.

갈라시아에서 부터는 작은 마을들이 다닥 다닥 붙어 있다. 대체로 길도 잘 정리되어 있거나 포장된 도로를 주로 걷게 된다. 오늘은 초반부터 왼쪽 어깨가 아려온다. 가방에서 수건팩을 꺼내 왼쪽 어깨에 얹고 가방을 메고 걷는다. 무게가 왼쪽으로 편중되더라도 오른쪽 어깨의 통증이 팔 전체로 내려오는 것 같다.

초반에는 묵주기도를 하면서 걷는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조금씩 지루해지기 시작한다. 다행이 나무들이 우거진 길사이 시야에 아름다운 전원 풍경이라 그늘사이로 쉬엄쉬엄 걸어간다.

그다지 길지 않은 짧은 일정을 잡았지만, 누적된 피로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셋이서 조금씩 힘들어지자 만화영화 이어 부르기 경연이 시작된다. 추억의 만화영화 주제가는 많기도 하고 특정 나이때에는 세대를 공감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살리고 살리고흘 하면서 올라가는 길도 나름 재미나다.

숲과 들판을 넘어 가다 보니 차도를 따라 가는 길이 나온다. 라비도스에 온듯 하다. 터널방향과 차도를 따라가는 방향 두갈래가 나와서 잠시 머뭇거리니 안면있는 스페인 순례자가 직진을 하라고 한다. 터널방향을 라비도스 알베르게 방향이라고 알려준다.

라비도스를 벗어나 차도를 따라 계속 오르막을 오르니 오늘의 목적지 아루수아가 나온다. 마을은 도로를 따라 길게 이어져 있는데 제법 큰 마을답게 알베르게들이 즐비하다. 어디에 묶을까 고민을 하다가 유대인쌍둥이를 만나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영어로 된 정보지에 의지해 산티아고 성당과 막달레나 예배당을 지나 거의 끝자락 구석에 있는 비아 락테아 알베르게에 간다.

나의 선택이 적중했다. 시설도 좋고 깨끗하고 저렴했다.  거기다 4인 1실이라 셋이서 거의 한방을 쓰는 셈이 되었다. 아르수아에는 대형마트도 여러개가 있어서 찬거리들을 사고 구하기 힘든 중국식라면을 사와서 마지막 남은 라면 스프로 일단 점심을 해결한다.
2시가 조금 넘은 시간 우리도 시에스타 처럼 휴식을 취해본다.

산티아고 입성전 마지막 빨래를 돌리면서 발마사지 기계에 호사도 누려본다. 방안에서도 와이파이가 터지기에 인터넷폰을 이용해 산티아고의 한인민박도 예약을 한다. 우리가 서둘지 않은 이유중에 하나는 이 곳의 방 예약과도 상관이 있었다. 한인민박에 저녁메뉴로 닭도리와 오징어볽음도 미리 주문을 해둔다.

침실에서 쉬다가 슬슬 저녁을 준비할까 하고 서성이는데 스위스 출신의 할어버지 순례자가 포터블 알펜호른을 꺼내오시더니 조립을 해서 연주를 하신다. 그리고 새침한 두명의 독일에서온 여학생 두명도 오늘도 이 곳에 같이 묶게 된다. 조금 새침했던 아이들이지만 벌써 3-4일을 같이 묶다 보니 말을 섞기 시작한다.

오늘 마지막 남은 비상식량은 모두 소진하기로 하고 만찬을 준비했다. 물론 내가 쉐프가 되고 두명의 조수들이 도운 결과이다. 혹시 아플때 먹이려고 가져왔던 것들 중 마지막으로 남은 미역국, 라면스프 튜프의 끝자락만 남은 고추장을 모두 꺼내 성찬을 만든다. 카미노길의 마지막 한식이다 생각하고 맛나게 먹는다. 물론 와인과 조금 도수 있는 사과전통주 등을 함께 먹는다. 


가방 없이 걷는 것에 맛이 들리기도 했지만 내일 최대한 많은 거리를 걷기위해 내일도 가방을 보내기로 했다. 가방당 4유로를 내서 테크를 걸어 놓으면 원하는 곳에 가져다 준다. 일단은 20Km 뒤인 오피노까지 보낸 후 받기로 하고 테그를 붙이고 내일을 준비하며 잠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