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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의 길 18 - 오르니요스에서 카스트로헤리스까지(3월 28일, 23㎞) 카스트로헤리스의 알베르게에서 어떤 한국 사람이 두고 간 쥐눈이콩 봉지를 보았다. 아마 콩밥 해먹을 요량이었을텐데 이곳에 뜯지 않은 봉지 채 두고 간 것을 보면 참 우직한 사람의 인내가 여기서 결국 끝났나보다. 버려야 할 충분한 무게를 이곳에서 버린 그는 끝까지 잘 갔겠지... 방명록 속에서 낯익은 사람의 글도 보인다. 한국의 한 가수의 글이다.. 나는 이미 그녀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녀의 칭얼거림이나 의타적인 모습들이 별로였지만.. 이제는 그 글에 공감이 간다. 오르니요스 - 산볼 - 온타나스 - 산 안톤 - 카스트로예리츠 조금은 여유있게 길을 나섰다. 이제는 8시가 다 되어서야 출발은 한다. 저녁에 자면서 아픈 다리 때문에 계속 뒤척이다 신음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다 아침에 일어나면 스틱을 쥔.. 더보기
산티아고의 길 17 - 부르고스에서 오르니요스까지(3월 27일, 21㎞) 메세타로 들어온 길, 사람의 흔적도 적은 이 길에서 엄청난 비를 만났다. 멀리 보이는 마을까지의 거리는 생각의 거리와 실제 거리로 구분된다. 마을 처마가 보이지만 그곳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항상 멀다. 도시와 시골의 거리는 사람의 숫자가 아니라 편리와 불편의 차이였다. 하지만 불편은 결국 이기심이었다. 부르고스 - 말라토스 다리 - 푸에르타 로메로스 - 비얄비아 - 타르하도스 - 오르니요스 델 카미노 일광절약으로 갑자기 1시간에 당겨졌다.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인수씨와 인사를 하고 길을 걷는다. 옛 건물을 개조한 화려한 호텔을 지나 보도블럭길을 따라 마크를 찾아 길을 걷지만 화살표나 조가비 마크가 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문닫힌 가게 사이로 사람들도 보이지 않는다. 강가 인근 찻길에 들어서니 길을.. 더보기
산티아고의 길 16 - 부르고스(3월 26일, 휴식) 15일 간의 여행에서 처음으로 휴식을 가졌다. 사실 자주 쉬면서 쉬엄쉬엄가자고 했지만 생각과 달리 계속 걸었다. 함께 길을 걷던 누군가는 앞서가고 누군가는 다시 다가왔다. 길에 의미를 두고 왔지만 많은 만남 속에서 큰 의미가 있었던 길이다. 정작 발목은 부어서 생리대까지 신발 사이로 구겨 넣어야 걸을 수 있었지만... 다시 한번 돌아가고 싶은 순간들이다. 아침에 일어나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집을 꾸린다. 로비에 내려가니 작은 창고에 짐을 넣고 1시 경 다시 오픈할 때 들어와야 한다고 한다. 그동안 정들었던 셰마와 몇몇 친구들은 오늘 길을 떠난다고 하고 몇몇 사람들은 오늘 하루 더 묶는다고 한다. 아침 8시에 밖에 나온 김여사와 나는 일단 알베르게 뒤편의 카스티요(성)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스페인의 영웅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