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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의 길 33 - 사모스에서 바르바델로까지 (4월 12일, 20km) 습관은 무섭다. 늦잠을 자겠다고 맘을 먹고도 8시가 조금넘자 더 잠을 잘 수가 없다. 농담처럼 그냥 하루 더 여기 묶을까? 하고 말해보지만 다가온 목적지 만큼 마음도 덩달아 빨리 길을 가야한다는 걸 안다. 사모스 - 텍시오스 - 알데아 드 알바호 - 아기아다 - 팔로마 이 레냐 - 사리아 - 바르바델로 아래층 식당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출발을 한다. 사모스 수도원을 두루 살펴보고 가고 싶지만 어제 기도회에서 둘러본 것에 만족하고 길을 걷는다. 익숙해진 하루 일과로 늦잠을 자지도 못하고 9시 30분이 넘어서 사모스를 벗어난다. 차도 옆의 인도를 따라 계속 걷는다. 어제 무리한 탓에 아침이지만 조금은 힘이든다. 인수씨는 이미 출발을 한 듯하다. 길을 걷다 보면 만날지도 모르지만 이 시간에 이 길을 걷는 .. 더보기
산티아고의 길 32 - 오세브레이로에서 사모스까지 (4월 11일, 34km) 높은 장소에 서면 '더 높은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다는 말에 공감을 한다. 물리적인 시야와 내면의 시야가 한껏 푸풀었던 밤이었다. 아주 먼곳에서 보이는 무엇인가를 작은 불빛으로 생각할 수도 다른 영적인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오세브레이로에서의 하루는 산티아고길을 걷는 순례자에게 충분한 사색을 준다. 오세브레이로 - 리냐레스 - 순례자 기념비 - 오스피탈 데 라 콘데사 - 산타마리아 데 포이아 - 폰프리아 - 바두에도 - 트라이카스텔라 - 사모스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를 하고 일단 창틈이나 문가로 나가 오늘의 일기를 체크한다. 문밖을 보니 안개가 자욱하고 엄청난 바람과 추위가 스며든다. 얼릉 들어와서 김여사에게 방한준비를 철저히 하라고 이야기한다. 최근에 가볍게 입고 걷기에 익숙샜지만 옷을 다 껴입어도.. 더보기
산티아고의 길 31 - 비야프랑카에서 오세브레이로 (4월 10일, 36km) 짊어지고 다니던 가방 하나를 내려 놓았을 뿐인데, 모든 것이 새롭고 즐겁다. 산티아고를 걷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나에게 묻곤 한다. 어떻게 갔어요? 얼마나 들어요? 뭘가져가야 돼죠? 그냥 다 던져버리고 가진 것이 없다 싶으면 떠나면 된다고 대답한다. 항상 이고 지고 끌고 가던 나의 가방에서 배운다. 그것마저 버리면 이렇게 쉬운데.... 비야프랑카 - 페레헤 - 트라바델로 - 라 포르텔라 데 발카르세 - 베가 데 발카르세 - 루이텔란 - 에레리아스 - 라 파바 - 라구니 데 카스티야 - 오세브레이로 해발 1310미터의 오세브레이로까지 경사를 감안해서 실질적으로 36킬로 이상을 걸어야 한다. 일부 가이드북에서 권한 것처럼 오늘 우리는 가방배달 서비스를 처음으로 이용하기로 했다. 지난 내 생일의 선물이라고 생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