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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의 길 7 - 우테르가에서 푸엔테 라 레이나까지(3월 17일, 12km) 비오는 날, 신발과 스패츠의 진흙을 닦고, 우비, 장갑, 모자, 배낭과 젖은 옷가지들을 말리는 일은 아무리 피곤해도 해야한다. 특히 신발이 눅눅하면 당장 발에 문제가 생기고, 그 건 앞으로 아니 당장 내일 길을 걷는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비 오는 날이면 그래서 더 분주하다. 닦아서 말리고 있는 신발을 보면 얘들이 짠하고 고맙고 미안하고 대견하다. 새로 사서 신고 왔는데 벌써 낡아버린 듯한 신발에게 이런 말들을 건네본다. 그리고 내일도 잘 견뎌달라고... 신발에 내 감정을 이입하는 것 같다 - 김여사 우테르가 - 무르사발 - 에우나테 - 오바노스 - 푸엔테 라 레이나 오늘도 아침부터 비다. 짧은 거리만을 걷고 쉬기로 했음으로 오늘은 기상도 그만큼 느렸다. 느릿느릿 짐을 싸고 나와 가방을 매려할 때, .. 더보기
산티아고의 길 6 - 팜플로냐에서 우테르가까지(3월 16일, 18Km) 길을 걸을 때 가장 쉬운 방법은 앞사람을 따라가는 것이다. 그 보폭에 맞춰 나도 덩달아 빨라진다. 행여 잘못된 길을 갈 염려도 없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들이 사라지면 내가 앞선 사람이 되고 멀리서 나를 따라오는 이들이 있다. 조금만 주춤되면 그들도 내 앞으로 사라진다. 그러나 목적지는 모두 같다. 사라진 게 아니라 그냥 내 앞과 뒤에서 같이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팜플로냐 - 시수르메노르 - 사리키에기 - 페르돈봉 - 우테르가 이젠 아침에 일어나는 게 슬슬 무섭다. 2층에 주방(한 층 올라가는 것도 힘들다)이 있는 알베르게라 사람들의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일어나자마자 올라가서 어제 사 놓은 빵과 커피로 아침을 먹는다. 꾸역꾸역 알베르게의 모든 사람들이 짐을 꾸리고 있다(대부분의 알베르게는 1박만 .. 더보기
산티아고의 길 5 - 쥬비리에서 팜플로냐까지(3월 15일, 22Km) 몸이 힘들어지면, 마음이 힘들어지고, 마음이 힘들어지면 분쟁이 생기고 고집이 생긴다. 세상을 보러 왔지만 걷기에 바쁘고, 길을 만나고 사람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내리막이라고 생각한 길은 아직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해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올라가고, 처음부터 끝까지 내려가는 길은 없다. 비오는 날, 걷는 것은 두 배로 힘들다. 쥬비리 - 이야리츠 - 에스키로츠 - 라라소나 - 아케레타 - 이로스 - 수리아인 - 사발디카 - 메르바예스 산 - 팜플로냐 오늘은 Navarra 지역에 주도인 Pamplona까지 걷기로 했다. 팜플로나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제법 익숙하게 들어본 적이 있는 도시이다. 왜냐면 7월이 되면 이 마을 구석구석을 소들이 뛰어 다니고, 사람들이 그 골목에서 뒤엉키는 페르민 축제를.. 더보기